지스타 운영 전날 밤, 걱정 반 기대 반... 우리 팀 Greed Fennec Studio가 그동안 만들어온 '가디언 앤 시커' 프로토타입을 수많은 사람들 앞에 내놓는 날이었다. 부스 세팅을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PC 4대, 텐키리스 키보드, 무선 마우스. 그리고 헤드폰까지! 협소한 공간에 맞춰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날, 169명이 남긴 것들
첫 방문객이 들어왔을 때의 긴장감은 지금도 선명하다. 게임을 설명하면서 계속 목이 말라가는... 그러나 긴장은 곧 집중과 몰입으로 바뀌었다. 세 번째 방문객 그룹 플레이 즈음, 마우스 커서가 화면에 나타나며 입력이 멈춰버렸다. 당황스러웠지만 빠르게 임시 해결책을 찾아냈다. F1을 눌러 옵션 메뉴로 들어갔다 나오면 커서가 사라졌다. RTS 시점이든 TPS 시점이든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행사가 끝나면 옵션 메뉴 로직을 살펴봐야겠다고 메모했다.
무선 마우스도 말썽이었다. 블루투스 연결이 불안정한 것인지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옆 대형 부스에서 쏟아지는 폭발음과 환호성은 우리 작은 부스의 헤드폰 플레이 환경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헤드폰 한 개 역시 말썽... 마우스는 운영 매니저님께 빌리고, 헤드폰은 근처 홈플러스에 빠르게 구매하여 해결하였다. 그리고 사운드를 체크하면서 깨달은 것은 모니터링 스피커에서는 작게 들렸던 사운드가 헤드폰에서는 크게 들리는 경우가 있어서... 게임 사운드를 믹싱할 때 기기에 따른 볼륨도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의 벽 앞에서
한 외국인 관람객이 게임을 열정적으로 플레이하고는 두 엄지를 치켜세우며 찬사를 보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했느냐며 궁금해했지만, 영어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우리 게임은 설명이 다소 복잡한 편인데, 영어로 풀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래도 미리 준비해둔 영문 브로셔를 활용하여 최대한 응대하였다. 영문 브로셔를 많이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외국인 방문객이 적어 상당량이 남았다. 그래도 준비해간 것은 잘한 일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까.
현업에서 일하는 게임 기획자와 프로그래머들도 찾아왔다. 그들은 짧은 개발 기간 대비 완성도를 놀라워했고, 참신한 아이디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밤새 게임을 개발하며 쌓인 피로가 순간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들
게임을 열정적으로 플레이하는 어떤 분은 키보드를 너무 빠르게 두드려서 콘솔 창을 열어버렸다. 테스트 빌드에서는 콘솔 접근을 막아야겠다고 메모했다. 벽 스파이크 함정 뒤편에서 이동 스킬을 쓴 플레이어가 벽 사이에 끼어버린 적도 있었다.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미안한 마음에 엽서를 한 장 더 건넸다. 엽서가 생각보다 많이 남아서 다음 행사에서는 발주량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원래 4대1 구도인 게임을 PC 4대로 3대1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시커 플레이어, 특히 메르시를 선택한 분들은 체력이 낮고 피격 시 공격도 못 해서 불편해했다. 던전 레벨에서 일찍 사망한 시커 플레이어는 관전 모드로 멍하니 기다려야 했고, 반대로 보스맵에서 찬과 가디언 드라카가 맞붙으면 둘 다 체력이 높아 전투가 지나치게 길어졌다. 밸런스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작은 발견들
유저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현재 Tab 키로 구현한 토글 방식 튜토리얼을 사용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Tab을 꾹 누르고 있다가 손을 떼는 순간 튜토리얼이 사라지길 기대하는 것 같았다. 홀드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학생 유저들은 진짜 디스코드를 하며 게임을 하듯이...ㅎㅎ 찐텐(?)으로 같이 방문한 친구들과 우리 게임을 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뿌듯했다. QR 설문조사 참여율도 예상보다 높았다. 별다른 보상이 없어도 권유하면 대부분 흔쾌히 응해주었다. 작은 젤리 같은 소정의 답례품을 준비했을 때 서로 더 기분이 좋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둘째 날, 그리고 결과
둘째 날에는 130명이 방문했다. 첫날의 경험 덕분에 조금 더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었다. 버그가 발생하면 즉각 대처했고, 설명도 더 자연스러워졌다.
행사를 마치고 우리는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했다. 5점 만점에 4.36점. 양일간 총 299명이 방문했고, 한 게임당 10~15분씩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경험해준 셈이었다. 수치로 확인된 긍정적인 반응은 단순한 만족을 넘어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남은 것들
이제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해졌다. 다음 전시에서는 유선 마우스를 사용해야 한다. 스팀 계정 여유분도 미리 준비해야 하고, 기기 점검은 더 철저히 해야 한다. 게임 사운드는 헤드폰 환경을 더 고려해서 믹싱해야 하고, 입력 버그는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밸런스 조정도 필요하고, 영어 실력도 더 갈고닦아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은 것은, 우리 게임을 재밌게 플레이해준 299명의 모습이다. 정식 출시를 기다린다던 사람들, 개발을 응원한다던 사람들. 그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지스타 2025는 우리에게 첫 번째 도전이었다. 부족한 점도 많았고, 예상치 못한 문제도 많았지만, 동시에 우리 게임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